나, 밖

2019년 3월 20일 수 오후 7:36



어느 시간의 갓난 꼬리에 누웠었다.

꼬리의 질감, 온도, 가끔은 맛, 단단한 정도, 그 단단함이 내 허리께를 치던 세기, 그 소리, 또 다시 온기… 나뜨는 나의 모든 감각이 헐거운 글로 옮겨붙던 새벽 밤 까막별.

꼬리는 자라갔고 시간과 글의 갈취는 언제든 폭력적으로 찾아왔으나 나는 꼬리를 사랑하였다 그래서 무력하였다.



꼬리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말이 없었다. 꼬리는 막힌 공간을 갑갑해했다. 나는 온종일 꼬리에 누웠고 꼬리를 안았고 꼬리는 또 자랐고 나는 점점 꼬리처럼 변해갔다.

모든 것이 손쓸새 없이 스몄다.

남아있길 원하는 것조차도.



그리하여 꼬리의 감촉 같은 것은 더이상 느낄 수 없게 된 날이 있었다. 무심하게 검기우는 밤 나는 가장 원시적인 종교 제의를 시작하며 늙은 제물의 고통을 바쳤다. 시간은 모든 원색의 순간을 건네받았다. 나는 엎드려 바랐다.

부디 나의 타자가 되어주세요.